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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15 기획 > 오피니언

제목

[사랑한대] 정민 교수의 '책, 어떻게 읽을까?'

정민 교수의 책과 독서에 관한 심도 있는 이야기 두 번째

한양커뮤니케이터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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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yang.ac.kr/surl/uxtSB

내용
책, 어떻게 읽을까?

4차 산업혁명, 디지털 문명으로 설명되는 현대에서도 독서는 삶의 통찰력을 키우는 최고의 방법이다.
우리가 ‘독서의 힘으로 현실을 꿰뚫다!’를 연간 테마로, 책과 독서에 관해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이유다.
그 두 번째 시간.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독서의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판단의 힘을 길러주는 5가지 독서 방법


코로나19로 혼자 지내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만큼 독서의 기회가 늘어난 셈인데, 그 시간을 그저 SNS나 유튜브로 떠내려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독서는 판단의 힘을 길러준다. 넘쳐나는 정보 앞에 갈피를 잃고 헤맬 때, 중심을 딱 잡아주는 힘이 바로 독서에서 나온다. 바른 독서는 우리가 정보를 비판적으로 선택하고 창조적으로 해석 적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모든 역량의 중심에 독서가 있다. 이글에서는 독서의 방법을 크게 다섯 단계로 나눠 소개할까 한다.

첫째, 소리 내서 읽는 성독(聲讀)이다. 

오늘날에 와서 성독은 별로 중시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예전에는 동양이나 서양 할 것 없이 모든 독서는 성독이 기본이었다. 서양의 공공도서관은 높은 천장 위로 책 읽는 소리가 메아리치는 소란스러운 공간이었다. 어린아이들이 모국어의 리듬을 처음 체득하는 것이 바로 성독을 통해서이다. 좋은 글에는 기본적으로 언어의 리듬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좋은 글을 쓰고 싶거든 좋은 글, 잘된 글을 조금씩이라도 소리 내서 읽는 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 물론 모든 책을 다 소리를 내서 읽을 필요는 없다.

옛사람들은 인성구기(因聲求氣)라 해서 소리를 내서 읽는 동안, 그 소리를 통해서 글쓴이의 기운이 내 안으로 전달된다고 믿었다. 사서삼경 같은 경전을 입에 닳도록 줄줄 읽어 목구멍에 젖어 들게 하는 독서다. 중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외웠던 「관동별곡」이나 「기미독립선언문」 같은 글들은 평생을 함께 간다. 다독과 정독을 두고 말들이 많지만, 여러 번 읽는 다독은 그 책을 깊이 새기기 위한 정독의 방편이기도 하다. 좋은 책을 여러 번, 그것도 규칙적으로 소리 내서 읽는다면 정독과 다독의 효과를 함께 성취할 수 있다. 좋은 글은 반드시 성독의 방법을 곁들일 것을 권한다. 

성독을 통해 어린이들은 정서가 길러지고, 언어 능력이 비약적으로 성장한다. 소리는 언제나 의미에 앞선다. 낭독 방식의 독서를 체력 소모만 많은 구시대적인 것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좋은 글과 나쁜 글의 차이는 소리를 내서 읽어 보면 확연하게 구분된다. 자신의 글쓰기 습관을 고치는데도 이 방법은 대단히 유효하다. 자기가 쓴 글을 한번 소리 내서 읽어 보라. 눈으로 읽을 때와는 큰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둘째, 정보를 계열화해서 읽는 독서법도 중요하다. 

이것은 책이 책을 부르고, 상관없어 보이는 지식 정보 사이에 일종의 그물망 같은 네트워크를 만드는 독서법이다. 말하자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책 읽기다. 어떤 분야에 대해 흥미가 생기면, 그 흥미에 따라 종횡으로 도서의 목록을 추가해가는 독서법이 그것이다. 오늘 읽은 책과 내일 읽는 책 사이에 연쇄반응이 일어나, 갈래를 세우고 체계를 갖춰, 지식의 저장고에 차곡차곡 쌓이는 독서다.

닥치는 대로 마구 읽으면서, 읽은 책의 권수에만 집착하는 것은 절대로 바람직한 독서가 아니다. 구슬을 꿰듯 계열화되는 정보의 그물을 가지고 있어야, 정보의 바다에서 건져 올릴 수 있는 물고기가 풍성해진다. 누구나 몇 개씩의 계열화된 정보 맥락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오늘날 인터넷 환경에서 이 방법은 대단히 위력적이고 효과적이다. 찾아가는 독서, 연쇄적 독서를 통해 막연하던 의미가 구체화 되고, 정보 사이의 우열도 판단할 수 있게 된다. 특히 글쓰기에 관심이 있을 경우, 정보의 선택과 우열을 판단하여 재배열을 통해 체계화하는 훈련이 꼭 필요하다. 카드 작업에 해당하는 베껴 쓰기는 뜻밖에 효용성이 높은 방법 중 하나다.

셋째, 의심을 갖고, 의문을 품는 독서를 권하겠다. 

독서는 의미를 따지고, 의문을 품는데서 깊이가 더해지고, 너비가 확장된다. 책을 읽되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으려면, 따져 읽고 살펴 읽는 태도가 요구된다. 그래야 책과 내가 따로 놀지 않고, 읽을 때마다 내게 피가 되고 살이 된다. 수동적이지 않고 능동적인 독서인 셈이다.

무엇보다 책과 나 사이에 소통과 교감이 일어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읽을 때는 알 것 같다가 읽고 나면 아무 남는 것이 없게 된다. 저게 뭘까? 정말 그럴까? 책과 나 사이에 적극적인 관계 설정이 필요하다. 덮어놓고 받아들이지 않고, 궁리해서 따져 보고, 납득이 되면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으면 질문을 던지며 함께 나아가는 독서다. 두 번째, 정보를 계열화하는 독서가 관련 정보를 모아 앞뒤로 체계화하는 방식이라면, 의문과 회의의 독서는 확장이 아닌 깊이를 추구하는 책 읽기다. 전자가 원심적이라면, 후자는 구심적 독서에 해당한다.

넷째, 오성을 열어주는 독서를 꼽겠다. 

이것은 글쓴이의 마음과 만나는 독서를 말한다. 글만 읽고 글쓴이의 마음과 만날 수 없다면, 제대로 된 독서로 보기 어렵다. 맹자는 이것을 ‘이의역지(以意逆志)’란 말로 표현했다. 자기의 뜻을 가지고 글쓴이의 뜻을 마중하는 독서란 말이다. 그러자면 책 속에 담긴 뜻을 깊이 궁구하고, 전체를 통틀어 하나로 꾀어 일이관지( 一以貫之)하는 독서가 되어야만 한다. 그러자면 깊이가 필요하다. 푹 젖어 드는 독서라야 가능하다.

오성을 열어주는 독서라 함은 깨달음으로 이어지는 독서라는 뜻이다. 부지런한 노력이 중요하지만, 깨달음으로 불붙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오성이 열리면 그 순간 모든 것이 달라진다. 전에는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던 것을 명백하게 이해할 수 있다. 대충 알고 넘어갔던 문제가 투철하게 이해된다. 그러려면 덮어 놓고 읽기만 해서는 안 되고, 책의 핵심을 간추려내는 안목이 요구된다. 이렇게 읽으면 절반의 노력으로 몇 배의 성과를 거둘 수가 있다. 책을 굳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을 필요도 없다.

다섯째, 텍스트를 넘어서는 살아있는 독서로까지 확장될 때 독서는 비로소 완성의 단계에 도달한다. 

이른바 활자를 넘어선 독서다. 이 단계에서는 우주 만물과 일상 사무 그 자체가 하나의 텍스트로 변화한다. 문자에 얽매이지 않고 그것을 넘어서서, 일상 속에서 날마다 맞닥뜨리는 일들에서 의미를 찾고, 그 의미를 통해 내 삶의 지평을 향상시키는 독서다. 말 그대로 살아 숨 쉬는 독서의 최고 경지에 해당한다. 이 마지막 단계의 독서는 문자의 제약을 벗어나 나를 자유롭게 하고, 열려있게 하는 책읽기다. 삶의 의미와 비밀은 종이 위에만 있지 않다. 활자의 숲을 벗어나, 살아 있는 책, 펄펄 뛰는 텍스트를 판독하는 놀라운 독서다. 이때 독서의 범위와 활용은 무한대로 확장된다. 앞서의 여러 독서법은 이 단계에 도달하기 위한 연습 과정일 뿐이다.

이상 살핀 다섯 가지 독서는 별개가 아니라 하나다. 책을 잘 읽으면 글도 잘 쓰게 된다. 생각이 깊어지면, 글도 깊어진다. 계통화된 정보가 쌓일 때 너비가 생기고, 높이는 따라온다. 좋은 글을 소리 내서 읽고, 한 책을 읽다가 다른 책을 불러오고, 한 책을 읽을 때도 끌려가지 않고, 의심과 의문으로 텍스트를 끌고 오는 독서를 해야 한다. 그래야 오성이 열리고, 깨달음이 온다. 깨달음의 안목이 한번 열리면, 그 뒤로는 삼라만상 어느 것 하나 책 아닌 것이 없다.

정민 교수(국어국문학과)

 
▲정민 교수(국어국문학과)

정민 교수는?

정민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다산 정약용 연구의 권위자이자 새로운 시각으로 고전 속의 지혜를 전하는 지식인이다. 혜안을 넓히는 독서와 글쓰기에 관한 강연과 저서 활동도 펼치고 있다.



 

본 내용은 한양대 소식지 '사랑한대'의 2020년 여름호(통권 제254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사랑한대 2020년 여름호(통권 제254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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