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기사 등록
검색섹션
검색영역
기사등급
기사형태
검색영역
검색단어 또는
관련기사 검색결과 리스트
관련기사 검색결과 리스트 컨텐츠
검색된 정보가 없습니다.
관련기사 검색결과 리스트
관련기사 검색결과 리스트 컨텐츠
검색된 정보가 없습니다.
게시글 상세보기
정보

2020/06/15 기획 > 오피니언

제목

[담장 없는 에세이] 내리사랑!사랑의 나비효과

[사랑한대] 남지영 동문(프랑스어권언어·문화전공 01)의 에세이

한양커뮤니케이터E

URL복사/SNS공유

http://www.hanyang.ac.kr/surl/txtSB

내용


내리사랑!사랑의 나비효과


중·고등학교 내내 흔한 동아리 한번 가입할 용기 없던 소심한 스무 살 유럽언어학부 01학번이 50년 넘게 이어온 전통 있는 연합동아리의 회장이 될 용기를 내고, 기회를 잡았다. 그리고 동문이 된 지금까지 띠동갑 이상 차이 나는 재학생 후배들과 연락하며, 매 연말 회사 근처로 후배들을 초대해 편안한 맥주파티를 열고 있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은 우리 동아리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내리사랑을 실천해주신 한 선배님 덕분이다.

진심으로 어린 마음을 다독여준 선배님

“나 때는 말이야~”라는 말이 제법 어울리는 나이가 되어간다.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19년 전(고3으로 치자면, 태어난 날을 기억하는 것과 같은 시차이다), 한양대학교에 입학해 친구 따라 중앙동아리에 등록했던 어느 봄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입학 직후부터 어려워지던 아버지의 사업이 실패하며, 나는 3학년이 되던 해 등록금을 낼 형편이 되지 않아 휴학을 고민하고 있었다. 세 딸 중 막내였던 나는 ‘이제 나만 잘 버티면 된다. 은퇴를 앞둔 부모님에게 짐이 되지 않겠다’는 생각 하나로 등록금을 벌고자 부모님과 상의 없이 휴학을 결정했다. 하지만 그렇게 한 학기만 보내고 곧바로 복학하려던 계획은 어려워진 집안 형편으로 무산됐고, 결국 총 1년을 휴학해야 했다.

다음 해 같은 시기에, 계속 휴학하는 것이 집안 사정에도 내 학업 일정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고 복학을 결정했다. 아르바이트하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등록을 했지만, 복수전공에 교직 이수까지 하고 있던 터라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는 시간은 주말밖에 없었다. 하루하루가 벅차다는 생각이 들 때였다. 1학년 때 가입한 동아리에서 열심히 생활한 덕분에, 2학년 때는 동아리의 회장이 됐다. 그 계기로 동아리의 여러 동문 선배님들에게 크고 작은 일들을 배울 수 있었다. 재학생 회장 자격으로 동문 모임에 초대되다 보니, 나는 나이 차가 꽤 많이 나는 동문 선배님들의 소소한 저녁 식사 자리에도 제법 단골 멤버가 됐다. 그런 나를 오랜만에 한번 보고 싶다고 연락을 주신 선배님들이 계셨다. 그렇게 4~5명의 선배님과 평범한 저녁 식사를 하던 중이었다. 잠시 복도에서 부모님과 통화를 하려던 중에, 마침 선배님과 마주쳐 대화를 나누게 됐다.

“그래, 별일 없지?”라며 선배님은 아주 일상적인 안부를 물으셨는데, ‘네~ 잘 지내요!’라는 상투적인 말 한마디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머뭇거리고 있으니 선배님이 눈치를 채시고는 “힘든 일이 있었나 보구나” 하셨다. 눈물이 왈칵 흘렀다. 그제야 나도 ‘내가 많이 힘들어하고 있었구나, 누군가에게 털어놓지 못한 채 오래 참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그대로 한 10분을 울었다. 매우 당황하셨을 선배님은 내가 눈물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을 때 ‘다 안다, 다 알아. 더 울어도 돼’라고 말하는 것 같은 세상 인자한 눈빛과 걱정 어린 미간을 보이고 계셨다. 그리곤, 이렇게 말씀하셨다.

“지영아, 학업에는 때가 있는 법이다. 네가 스스로 해결하려는 마음이 뭔지는 잘 알지만, 학교 선배로서 또 인생 선배로서 지금은 네가 돈을 벌어야 할 시기는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단다.”

“…….”

“음... 그리고 분명, 내가 이런 제안을 하면, 부모님께 매우 실례가 될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때마침 회사에서 성과급을 받았어. 지영이가 복학하고 공부에 매진할 수 있도록 등록금을 보내주고 싶은데, 거절하지 말고 받아줄래?”

이에 서너 번의 실랑이 아닌 실랑이가 있었고, 선배님의 의지와 결정이 매우 확고하셨기에 난 결국 선배님의 도움을 받게 됐다. 그리고 어서 졸업해 첫 월급을 타고, 선배님께 제일 먼저 감사 인사를 드리겠다는 마음 하나로 졸업과 취직을 향해 쉼 없이 달렸다.

그로부터 몇 년 후, 첫 월급을 타고 선배님께 꾸물꾸물 쭈뼛쭈뼛 하얀 봉투에 편지로 위장한 그 돈을 돌려드리려 하자, 역시나 예상하셨다는 듯 선배님이 말씀하셨다. “너무나 기특하게도 이렇게 잘 졸업하고 취업해서 선배에게 네 마음을 표현해줘서 고맙다. 그런데, 선배랑 약속하나 해줄래? 이 돈은 나에게 갚지 말고. 지영이가 아끼는 어떤 후배한테 밥을 사주고 싶을 때, 혹은 동아리에서 후배들이 행사를 기획하는데 재정적으로 어려워 보일 때 도와주기로! 그럴 수 있지?”

어느덧 나도 누군가의 선배가 되었다

어느덧, 나는 두 아이의 부모이자 사회생활 14년 차, 내년이면 마흔인 한 금융회사의 중견 세일즈 우먼으로 살아가고 있다(그 선배님과는 언제든 곱창에 소주 한 잔 나누는 정말 찐 선후배 사이가 된 것은 말이 필요 없다). 나도 이제는 부모로서 내 아이들에게 다른 사람과 어떻게, 왜 함께 살아가야 하는지를 가르쳐야 하고,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국민으로서 나보다 삶이 조금 더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살기 위해 세금과 기부금을 내고, 회사 선임으로서 신입사원에게 무엇이 중요하고 어떤 것이 우선인지를 알려줘야만 하는, 정말로 누군가의 선배가 되어버렸다.

짧지 않은 사회생활 동안 좋다는 인문학 서적, 사회생활 잘하는 법을 알려주는 강의, 처세술 등등을 눈으로 귀로 보고 들으며 얻은 인생 노하우가 수백 가지는 된다. 하지만 그 어떤 비싼 강의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강사의 이야기도 단 하나의 배움보다 멋지지 않았다. 인생을 통해 몸소 인간에 대한, 후배에 대한, 자신이 함께 살아갈 울타리에 대한 ‘내리사랑’을 보여주신 그 선배님의 말과 행동만큼 확실한 메시지는 없었다. 그리고 감히, 나도 그 누군가에게 함께 살아갈 든든한 한 사람이 되고 싶음을 밝힌다. 꼭 내가 받은 그 큰 사랑을 또 다른 남지영에게 이어주고 싶다는 고백을 전한다.

“한양대학교 80학번 이규현 선배님, 감사합니다!”

남지영 동문(프랑스어권언어·문화전공 01)

본 내용은 한양대 소식지 '사랑한대'의 2020년 여름호(통권 제254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사랑한대 2020년 여름호(통권 제254호) 보러가기

URL복사/SNS공유

기사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