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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5 기획 > 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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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글긴이야기] 교향악과 함께한 어느 멋진 저녁

한양필하모닉오케스트라 공연 후기리톤

사자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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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yang.ac.kr/surl/1QjW

내용
찬바람에 움츠린 어깨 위로 코트 깃을 잔뜩 세우고 가서 듣는 것이 브람스의 제맛이라고 혹자는 말한다. 한양대 부임 후 처음으로 지난해 11월 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2017 대학오케스트라축제 한양필하모닉오케스트라 연주회에 갈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산업융합학부 현지희 부장님을 비롯한 낯익은 얼굴들을 콘서트홀 로비에서 만날 수 있었다. 예술의전당은 한양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함께 바그너와 말러, 브람스를 맞을 준비를 하며 오랜만에 넉넉하고 풍성한 시간을 연출하고 있었다.
글. 홍종욱 교수(대학원 바이오나노학과)
 

웅장함으로 시작해 편안함으로 끝난 첫 곡


연주자 대기실의 문이 열리고 잔잔한 박수 속에 입장하는 한양필하모닉오케스트라(이하 한양필하모닉) 단원들, 너무 집중한 나머지 약간은 긴장한 듯한 악장의 입장, 그리고 마에스트로 최희준 교수의 등장. 다소 지쳐보였지만 예견된 자신감을 보이는 지휘자의 미소에서 연주회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졌다.
오케스트라의 첫 번째 연주곡은 우리 귀에도 익숙한 바그너의 오페라 ‘뉘른베르크의 마이스터징어’ 전주곡이었다. 웅장한 관현악의 서주를 시작으로 중반부에서는 날카롭다고 표현해도 좋을 만큼 선명한 바이올린의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다. 첫 곡 연주 중반 이후의 안정감은 마치 어느 겨울 저녁 따뜻한 벽난로 앞에서 오랜 친구와 차를 마시는 것과 같이 편안한 느낌이었다.
10분이 넘는 첫 곡을 감상하며 지휘자는 악단원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니 스승은 제자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시종일관 확인할 수 있었다. ‘같은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데도 곡의 전반부, 중반부, 후반부의 느낌이 어떻게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는 가운데, 어쩌면 빙판 위를 걷는 것과 같이 긴장된 마음으로 시작한 첫 곡이 끝났다. 이어 콘서트홀을 찾은 관객들의 박수가 이어졌다.
 

섬뜩함과 애절함, 슬픔이 교차하는 연주


두 번째 곡을 연주하기 위해 일부 단원들이 교체됐다. 이어진 오케스트라 튜닝. 연주회 시작 전의 튜닝과는 달리 확연하게 긴장이 풀린 단원들의 모습에서 왠지 모를 안도감이 느껴졌다. 협연자인 바리톤 정록기 교수가 자리할 때까지 기다리는 지휘자의 모습에서 연주자를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 씀씀이가 느껴졌다. 한양필하모닉의 단원들뿐만 아니라 그날 공연을 즐긴 많은 학생들도 지휘자의 이런 마음을 읽었을 것이다.
말러의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는 뤼케르트의 시에 곡을 붙인 다섯 노래의 연가곡이다. 곡 전체는 ‘끔찍하게도 슬픈’ 정서를 담고 있다. 말러 자신이 첫째 아이 안나 마리아를 잃은 것이 공교롭게도 이 곡의 초연 다음 해였다. 그래서인지 제1곡은 섬뜩하리만큼 처량한 오보에, 아름답게 깔리는 바이올린 음에 이어 심연을 헤매는 듯한 음색으로 바리톤이 노래했다. 이어 제2곡이 더욱 슬픈 감성으로 끝난다. 그리고 첼로의 리듬에 맞춘 관악의 하모니, 그 뒤를 이은 잉글리시 호른 등으로 가슴이 찢어질 듯한 애절함을 바리톤과 함께 잘 연주한 제3곡. 다시 희망을 찾으려는 듯한 밝은 오케스트라의 표정에서 따뜻한 하모니로 제4곡이 연주되고, 이어진 제5곡에서는 복잡한 감정이 교차하는 듯한 오케스트레이션에서, 관도 현도 다 풀려 이제는 오케스트라의 본 실력을 그대로 드러내는 듯했다. 듣기에 따라서는 피콜로(플루트족의 목관악기)가 약간 두드러지는 느낌이 없지 않았지만, 호른의 리드와 함께 관현의 피아니시모 부분에서는 뭐라 말로 표현하기 힘든 둔탁함도 느껴졌다.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으로 “브라비!”


휴식 후에 이어진 제2부에서는 어릴 때 참 많이 들었던 브람스 1번을 기쁘게 감상할 수 있었다. 충분히 박자를 지키고 마치 슬로우비디오를 보는 듯한 느낌으로 연주됐다. 조금 과장하자면 약간은 늘어진 테이프를 듣는 것이 연상되기도 했다. 지휘자의 지휘가 그대로 투영되는 악단이라는 인상과 함께 1악장을 마쳤다. 2악장은 매우 서정적이며 절제된 관악 파트와 보잉(bowing)조차 다른 현악 파트의 모습에서, 제1부와는 확연히 다른 오케스트라를 발견했다.
익숙한 선율의 3악장, 보면대 없이 선 지휘자는 더욱 자유로워 보였다. 이어, 말 그대로 매서운 칼바람의 추운 날에 더욱 잘 어울릴 것 같은 마지막 악장. 도입부 이후의 스타카토를 지나 이어지는 우수(憂愁)의 연주. 아름다운 두 대의 호른과 그 뒤를 따르는 두 대의 플루트, 그리고 함께 호흡하는 오케스트라, 다시 호른. 마치 차곡차곡 겹쳐진 산들을 비행하며 고요한 아침 안개에 둘러싸인 산맥을 지나 갑자기 확 트인 벌판으로 나와 행진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관악기가 약간 야성적으로 들리기도 했지만, 피날레 후의 브라비(Bravi, 공연의 주체가 남녀 혼성이거나 단체일 경우에 보내는 찬사)! 그리고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 땀에 젖은 지휘자의 목덜미를 그제야 확인할 수 있었다.

 

호사스런 저녁을 또 다시 기대하며


앙코르는 잘 알려진 바그너의 ‘로엔그린 3막’의 전주곡이었다. 경쾌한 시작과 함께 무엇보다 관악기의 하모니가 돋보이는 이 작품의 특성을 잘 살린 연주였다. 곡 중간의 서정적인 부분에서는 특히 오케스트라의 관악기와 현악기의 조화를 맛볼 수 있었다. 악단의 정중앙에 위치한 팀파니스트의 모습이 돋보이는 부분도 있었다. 이어진 두 번째 앙코르는 김연준 설립자께서 작사·작곡한 교가였다. 특히 행진곡 풍으로 편곡한 경쾌한 느낌의 연주에 이어, 곡의 끝부분 “~삼천리 강산에 빛~을 더~하리”에서는 하나 된 한양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연주는 대화이며, 음악은 언어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나는 한양필하모닉이 매우 자랑스럽다. 그 어떤 오케스트라보다 탄탄하며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 학구적인 지휘자에 의해 단련돼 기본에 충실한 모습, 그리고 지휘자와 단원들 각각이 마치 하나하나 보이지 않는 끈으로 이어진 듯한 일체감이 큰 장점이었다. 언젠가 더욱 다듬어진 한양필하모닉의 연주를 경험할 수 있는 또 다른 호사스러운 날이 있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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