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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 01

[오피니언][담장 없는 에세이] 팔행시에 다 담지 못한 이야기

팀 프로젝트 준비로 유난히 바빴던 5월, 조용하던 휴대폰으로 한 통의 문자가 왔다. ‘[한양대 8행시] 장원은 아니지만, 최종 8선에 선정된 것을 축하드리며….’ 약간의 기대를 하긴 했지만 8선에 들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와 동시에 부담감이 엄습했다. ‘이걸 엄마께 보여 드려야 하나?’ 글. 오채원(경영학부 17) 한양대를 꿈꾸던 고3 나는 한양대에 합격한 딸이 엄마에게 쓰는 편지 형식으로 8행시를 작성했다. 예선 출품 당시 대다수의 참가자가 학교와 관련된 이야기를 쓸 것이라고 예상했고, 마침 가정의 달이기도 해서 나름 차별화 전략을 쓴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1등 상품인 에어팟이 욕심나기도 했고, 이왕 참가하는 거 적어도 참가상이라도 받고 싶었다. 내 이야기를 솔직하고 담담하게 적으려 했다. 8행시 작성을 위해 지난 고3 생활을 돌이켜봤다. 나는 일명 ‘수시러’였다. 수시 6개 원서 말고는 생각해 보지도 않았고, 안정을 추구하는 성격 탓에 딱 하나만 상향으로 원서를 넣었다. 그곳이 바로 한양대였다. 나는 한양대에 너무도 가고 싶었다. 심지어는 친구들과 한양대생인 척 망상을 하며 이야기하고, 노트에도 ‘한양대학교 17학번 오채원’이라고 적어서 다닐 정도였다. 9월 원서 접수 이후 매일 밤 ‘대학 못 갈 것 같다’며 엄마 옆에서 새벽까지 울었다. 한양대학교 수시 학생부 종합전형 결과가 나오는 12월 6일까지 매일 입학처와 입시 사이트를 들락거리며 조기 발표를 기다렸다. 그런 기다림 끝에 결국 한양대에 최종 합격했다. 그날은 너무 기뻐서 한 끼만 먹었는데도 전혀 배가 고프지 않았다. 새내기 MT 준비로 들떠 있는 내게 엄마는 몇 가지 조언을 해 주셨다. “당당하게 어깨 펴고 다니고,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말고, 공부 열심히 해라….” 이 조언을 바탕으로 이번 8행시를 준비했다 장녀가 아니라, 장한 딸이 될게 내가 응모한 8행시의 마지막 구절은 이렇다. ‘장녀가 아니라, 장한 딸이 될게.’ 이 문장에 관해 특별히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우선 나는 장녀가 아니라 차녀다. 단어를 맞추기위해 장녀로 바꿨지만, 장녀든 차녀든 내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같다. 우리는 종종 이름이 아닌 다른 명칭으로 불린다. 누구 엄마, 누구네 아들, 장녀, 차남 등. 과거 가부장제 사회에서는 장남이라는 이유만으로 사뭇 자랑거리가 됐다. 요즘은 그런 경향이 덜하지만, 아직도 우리 친척들 사이에서는 장남과 비(非)장남 간의 차별이 남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장녀 혹은 차녀가 장남을 이기기 위해서는 더 잘난 사람이 되는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딸 둘을 가진 우리 엄마, 기죽지 말고 딸들 자랑하라는 의미에서 마지막 메 시지를 적었다. 장하지 않은 딸의 고백 나는 아직 엄마께 이 8행시를 보여드리지 않았다. 아니 보여드리지 못했다고 하는 게 맞다. 나는 술도 많이 마시고, 그렇게 공부를 열심히 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직 장한 딸이라고 하기에는 부끄러워 감히 보여드릴수가 없다. 물론 엄마께서 수상 사실을 알게 되면 딸이 한양대학교 8행시 공모전에서 입상했다고 자랑하고 다니시겠지만, 나는 아직 자랑할 만한 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더 성장한 모습으로 ‘엄마, 예전에 내가 이런 것도 썼었어’라며 보여드리고 싶다. 엄마께서 <사랑한대> 매거진을 먼저 받아 보시면 내 계획은 물거품이 되겠지만. 한양대 17학번이 되고 싶어 하던 고등학교 3학년은 이제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3학년이 됐다. 한양대만을 바라보고 달려왔던 내가 이젠 한양에 서 있다. 한양을 꿈꿨고 한양에서 꿈을 이룰 것이기에 100주년 때는 내 이름으로 된 라운지를 하나 만들고 싶다. 앞으로 엄마의 장한 딸이 되기 위해 더 노력할 것이고, 나아가 한양의 장한 딸이 되려한다. 본 내용은 사랑한대 2019년 09-10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2019-09 01

[오피니언][건강 인사이트] 더위로 인한 질환 일사병 VS 열사병

온열질환은 뜨거운 환경에 장시간 노출 시 두통, 어지러움, 근육 경련, 피로감, 의식 저하의 증상이 나타난다. 그대로 방치하면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는 질환이다. 대표적인 온열질환으로 일사병과 열사병이 있다. 일사병은 땀을 많이 흘리고 두통,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열사병은 땀이 나지 않고 체온이 40도 이상으로 오르면서 의식을 잃을 수 있는 질환이다. 온열질환의 특징, 응급처치법, 예방법 등을 알아본다. 글. 조용일 교수(한양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고온에서 체온 조절이 안 된다면 인체는 외부의 온도가 올라가더라도 땀을 흘리고 자율적으로 체온을 조절한다. 하지만 고온의 상태에 노출돼도 체온 조절이 안 되면 온열질환이 발생한다. 질병관리본부 온열질환 감시체계 자료에 의하면, 2013~2017년에 매년 평균 1300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하고, 약 1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그 어느 해보다 더웠던 2018년에는 4526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하고, 48명이 사망했다. 온열질환자의 30%는 65세 이상이었으며, 남성이 74%였다. 발생 시간은 낮 시간대(12~17시)가 46%, 발생 장소는 실외가 73%를 차지했다. 일사병과 열사병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온열질환 환자 대부분은 무더운 실외나 고온의 밀폐된 공간에서 발생한다. 이런 고온 환경에 장시간 노출되는 상황을 피해야 하며, 특히 더위에 취약한 노약자는 주의해야 한다. 햇볕이 강한 대낮에는 야외에서 운동과 작업을 삼가며, 야외 활동 시 자주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고 충분한 수분을 섭취해야 한다. 고온의 환경에 노출되기 전에는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고 갈증을 느끼기 전에 미리 물을 마신다. 또 술이나 커피, 탄산음료는 이뇨작용을 유발하므로 폭염 시에는 생수나 이온음료로 수분을 보충한다. 가장 자주 발생하는 온열질환, 일사병 일사병은 열탈진이나 열피로라는 용어로도 불리며, 온열질환 중 가장 자주 발생한다. 고온 환경에서 수분 보충이 원활하지 않아 수분이 감소하면 발생할 수 있다. 또 고온 환경에서 장시간 땀을 많이 흘려 저농도의 용액만으로 수분을 보충해 전해질이 감소한 경우에도 일어난다. 일사병이 발생하면 신체 온도가 37~40도까지 올라가며 기력 저하, 어지러움, 두통, 오심,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의식 상태는 대부분 정상이지만 일시적인 혼란이 있을 수 있다. 잠시 의식을 잃고 실신을 하거나 근육의 경련이 발생하기도 한다. 체온을 조절하는 중추의 손상은 없으며, 피부는 땀으로 축축해진다. 일사병이 발생하면 시원한 곳으로 옮겨 휴식을 취해야 하며, 옷이나 불필요한 장비를 제거해야 한다. 의식이 명료하고 구토 증상이 없다면 물이나 전해질 음료를 마신다. 대부분의 증상은 즉시 회복되는 편이다. 하지만 증상이 지속되거나 탈수가 심하면 정맥주사를 통한 수액 보충이 필요하므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체온 조절 중추 기능 이상, 열사병 열사병은 우리 몸의 체온 조절 중추가 기능을 못해 몸속의 열을 발산하지 못하는 질환이다. 체온이 40도 이상으로 높이 올라가고 의식 변화가 발생하며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위험한 상태다. 2018년 온열질환 사망자 48명은 모두 열사병 환자였을 만큼 사망률이 매우 높다. 특히 혹서기의 고온 다습한 환경에 노출되면 생길 수 있으며, 주로 노인이나 만성 질환자에게서 발생한다. 열사병의 대표적인 세 가지 특징은 고열, 의식 변화, 무발한(땀이 나지 않는 상태)이다. 심부 체온이 40도가 넘어가면서 중추신경계 이상이 나타나며 의식 변화, 발작, 환각, 혼수 등을 보인다. 열사병 초기에는 땀이 나지만 나중에는 체액량 부족과 땀샘의 기능 이상으로 땀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런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우리 몸의 여러 장기가 손상된다. 뇌부종, 급성신부전, 횡문근 융해증, 간 손상, 심근 손상, 혈소판 감소증, 범발성 혈관 내 응고 장애, 급성호흡부전증후군, 쇼크를 일으킬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열사병 환자의 경우, 심부 체온을 낮추는 것이 가장 중요한 치료다. 심부 체온이 높게 오래 지속될수록 열사병의 합병증 발생과 사망 가능성이 비례해 증가하기 때문이다. 환자가 의식이 없는 열사병은 응급상황이므로 119에 신고하고 즉시 의료기관으로 이송해야 한다. 응급조치로 열사병 환자의 의복을 제거하고, 서늘한 환경에서 물수건으로 몸을 덮는다. 선풍기 등을 이용해 시원한 바람을 쐬어 체온을 낮춘다. 의식이 없는 경우에는 질식 위험이 있으므로 물을 억지로 먹이지 말아야 한다. 본 내용은 사랑한대 2019년 09-10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2019-07 09

[오피니언][담장 없는 에세이] 한양대 여성동문 모여라

2019년 5월 10일, 마음은 한껏 부풀고 가슴은 쿵닥쿵닥 설레는 날. 모교로부터 건학 80주년 기념 ‘2019 한양대 여성동문 초청 홈커밍 데이’의 영광스러운 부름을 받은 날이다. 건학 이래 처음 열리는 여성동문을 위한 자리다. 이날 초청된 80여 명은 그동안 배출한 여성동문의 0.1% 정도의 인원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나머지 동문도 함께 축하해 주리라 믿으며, 앞으로 모두가 한마음으로 자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겠다는 욕심과 바람을 가져본다. 글. 박혜자(간호학 71·한양여성동문회장) 반가운 여성동문 초청 홈커밍 데이 나는 1971년 간호학과에 입학해 1975년 졸업과 동시에 모교 병원에서 2013년까지 일했다. 40여 년간 모교를 떠나본 적이 없는데도 80주년 홈커밍 데이는 참으로 영광스럽고 감동스러운 자리였다. 이런 행사를 개최하고 초청해 준 모교의 깊은 배려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큰 감동과 감회를 느꼈다. 나조차도 이러한데, 졸업 후 오랜 세월 동안 모교를 떠나 있다가 뜻하지 않게 모교의 부름을 받은 동문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아마도 엄한 시집살이에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친정을 모처럼만에 찾는 기쁜 심정이 아니었을까 짐작해 본다. 한양 여성동문의 배출은 단과대학인 ‘한양공대’ 시절의 홍일점이었던 59학번 두 분, 60학번 한 분으로 처음 출발했다. 이후 배출된 여성동문이 무려 8만 5000여 명이나 되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한양여성 네트워크가 없어서 모두가 아쉬움을 느꼈으리라 생각한다. 마침 모교의 건학 80주년 기념식에 맞춰 김종량 이사장님과 김우승 총장님께서 우리들 여성동문 80여 명을 홈커밍 데이에 초청해 주신 것이다. 깊은 배려에 한없이 감사하며 모처럼 졸업생으로서 뿌듯한 자부심과 설레는 마음으로 모교를 방문했다. 눈부시게 성장하고 발전한 모교 내 기억 속 모교의 행당동산에는 매년 이른 봄이면 개나리꽃이, 5월이면 아카시아꽃이 반갑게 활짝 폈다. 오르막길이 유난히도 많았던 영원한 마음의 고향이다. 그날도 우리들의 홈커밍을 반겨주는 듯 모교 교정에는 5월의 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건학 80주년의 한양대학교는 재학 시절에 비해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캠퍼스 내에 새로 세워진 신 본관, 박물관, 올림픽체육관, HIT를 비롯해 이름도 모르는 낯선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입학식과 졸업식의 옛 추억이 서려 있는 노천극장도 새롭게 단장한 모습이다. 더하여 1978년 안산에 신설된 한양대 ERICA캠퍼스가 40여 년 만에 크게 성장했다는 소식을 들으며 모교가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눈부신’ 성장과 발전을 이뤘음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국내외의 각종 평가에서 한양대가 높은 순위에 랭크됐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자부심과 긍지는 더욱 커졌다. 그럴 때마다 ‘앞으로 더욱 자랑스럽게 만들어야 할 책임이 우리 동문에게도 있다’, ‘기회가 되면 봉사하고 싶다’는 마음이 샘솟았다. 한양여성동문회 창립과 함께 합창단 결성 이사장님과 총장님은 물론 손용근 총동문회장님, 60학번 이진성 대선배님 등 많은 분들이 ‘한양여성동문회’ 결성에 대한 공감대를 가지고 있으셨던 것 같다. 총동문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내게 어느 날, 총동문회장님께서 한양여성동문회 창립 준비를 해보라는 말씀을 하셨다. 나는 모교 병원의 설립 초기부터 40여 년간 모교 캠퍼스 안에서 근무하며 과분한 혜택과 사랑을 받아왔다. 그래서 모교에 도움이 되는 역할이라면 무슨 일이든 마다하지 않고 해야 한다는 사명감 하나만으로 준비를 시작했다. 각계에서 쟁쟁하게 활약하고 있는 여러 후배들과 함께 여성동문회 창립 준비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합창단인 ‘노래한대’를 결성했다. 동문 간의 화합과 하모니로 결속을 탄탄히 하자는 의견에 따라 급히 모인 24명으로 합창단을 구성해 연습했다. 우선 건학 80주년 기념 여성동문 홈커밍 데이와 여성동문회 출범을 축하하는 특별 공연을 진행하기로 뜻을 모았다. 한 달간 열심히 연습해 김연준 설립자님의 곡인 ‘청산에 살리라’ 등을 불러 큰 박수를 받았다. 성악을 전공하는 교수를 비롯해 다양한 전공과 사회적 배경을 가진 동문이 열성적으로 참여해 한마음이 될 수 있었던 것이 무엇보다 기쁘다. 앞으로도 뜻을 같이 하는 동문이 더 많이 참여해 사회적으로도 유명한 합창단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속적인 참여와 관심을 바라며 창립 준비 과정에서 준비위원장이 회장을 맡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역량이 부족해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내가 한양에서 받은 혜택이 충분히 스며들어갈 수 있도록, 또 현직 생활에서 쏟아부었던 열정과 에너지를 다시 여성동문 활동에 바치면 되리라 생각해 용기를 내어 맡았다. 걱정은 되지만 여러 동문들을 믿고, 또 많은 고견을 경청하며 모두가 함께하는 동문회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향후 한양여성동문회는 이미 조직한 ‘노래한대’를 더욱 충실히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또 바자회와 국내외 봉사 활동과 같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동문 간의 화합, 모교와 동문 간의 유대 강화를 통해 모교와 총동문회에 기여하는 여성동문회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한양여성동문 모두의 지속적인 참여와 관심을 간곡히 부탁드린다. 한양대학교 건학 80주년을 맞은 올해, 또 하나의 역사적인 획을 긋는 멋진 한 해가 되길 바란다. 사랑한대 2019년 07-08월 (제249호) 이북 보기

2019-07 09

[오피니언][건강 인사이트] 알쏭달쏭 백내장 VS 녹내장

2017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보면 40세 이상의 성인 42%, 65세 이상의 성인 90%가 백내장으로 진단됐다. 녹내장은 지난 11년간 유병률이 1.6%에서 3.4%로 증가했지만, 스스로 녹내장인 것을 몰라 치료받지 못한 환자가 전체 환자의 74%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두 질환 모두 방치하면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질환이다. 특히 녹내장은 초기 증상이 없어 ‘소리 없는 실명’이라고 불리는 만큼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글. 성민철 교수(한양대학교구리병원 안과) 이름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질환 우리 눈의 구조는 카메라의 구조와 비슷하다. 백내장은 카메라의 렌즈에 해당하는 수정체가 혼탁해지는 질환이다. 녹내장은 카메라의 중심회로에 해당하는 눈의 시신경이 손상돼 진행성 시야 결손을 보이는 질환이다. 따라서 이 두 질환은 이름이 비슷해 쉽게 헷갈려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 안과 질환이다. 백내장(Cataract)은 고대 그리스어로 ‘눈 속에 하얀 물질이 폭포처럼 떨어져 쌓인 것’이라는 뜻이다. 흰 백(白), 안 내(內), 가로막을 장(障)으로 투명했던 수정체가 하얗게 변한 것을 보이는 대로 명명한 것이다. 녹내장(Glaucoma)은 푸른색, 녹색 또는 회색을 의미하는 고대 그리스어 Glaukos에서 유래했다. 급성으로 안압이 갑자기 오르는 경우, 각막에 부종이 생겨서 녹색으로 보이고 시력이 상실된다 하여 초록 녹(綠), 안 내(內), 가로막을 장(障)으로 이름 붙여졌다. 발병 연령대 낮아져 주의 필요 흔히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두 질환의 발병률이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원인에 의해 두 질환의 발병 연령대가 점차 낮아지고 있어 모든 연령층에서 주의해야 한다. 수정체가 혼탁해지는 백내장 발생의 가장 흔한 원인은 노화다. 그 외에 당뇨, 영양 부족, 흡연, 고혈압, 신부전, 외상 등이 백내장을 발생시킨다. 또 스테로이드와 같은 약물에 의해 발생하기도 한다. 녹내장 역시 고령과 안압 상승이 주요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 안압 상승으로 인해 시신경이 압박을 받으면 허혈성 시신경 손상으로 주변부 시야가 점차 손상돼 말기에는 중심 시야까지 침범하게 된다. 보통 21mmHg보다 안압이 높을 때 ‘비정상적으로 안압이 높다’고 표현하지만, 21mmHg보다 낮은 안압에서도 시신경은 손상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정상 안압 녹내장’의 비율이 높다. 그 외에도 녹내장 가족력, 근시, 당뇨, 고혈압, 갑상선 기능 저하와 같은 전신적 질환이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 백내장과는 달리 녹내장은 초기 증상 없어 백내장을 가진 환자들이 주로 느끼는 불편감은 통증 없는 침침함 혹은 시력 저하다. 그 외에도 눈부심 혹은 대비감도 저하와 같은 시기능 저하를 호소하기도 한다. 백내장의 형태에 따라 동공이 확장됨에 따라 시력이 개선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낮에 동공이 수축하며 시력이 떨어지는 주맹(밝은 곳에서의 시력이 어두운 곳에서보다 떨어지는 증상)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또 수정체의 근시성 변화로 노안 증상이 다소 호전될 수도 있는데, 이는 일시적인 증상일 가능성이 높다. 그 외에도 한쪽 눈으로만 봤을 때 두 개로 보이는 단안 복시와 색각 감퇴 등의 증상을 보인다. 반면 녹내장의 경우 초기에 증상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병의 진행 정도가 심해지면 시야의 감소가 나타나지만, 우리의 눈은 두 개가 상호 보완하기 때문에 시야 검사를 실시하지 않으면 말기가 될 때까지 알아차리기 힘들다. 야간에 달무리나 주변부가 덜 보이는 것이 심해져 운전이 힘들다고 호소할 수 있는데, 보통 중기나 말기에 나타나는 증상일 수 있다. 급성 폐쇄각 녹내장의 경우 일반적 녹내장과 달리 구토, 두통, 시력 감퇴가 급성으로 나타날 수 있다. 방치하면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어 두 질환 모두 방치하면 실명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적극적 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이다. 40세 이상 성인의 경우 일 년에 한 번 이상 안과를 방문해 검진받길 권한다. 특히 고도근시, 기타 전신질환, 녹내장 가족력이 있는 경우 좀 더 이른 시기에 녹내장 정밀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 자외선 노출은 백내장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으므로 외출 시 자외선 차단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당뇨 등 전신질환에 대한 적극적 관리와 함께 음주와 흡연을 삼가는 것도 두 질환의 예방에 도움이 된다. 백내장의 경우 궁극적으로 수술 치료가 필요하다. 기존의 혼탁해진 수정체를 초음파를 이용해 제거한 후 이 공간에 새로운 투명 인공수정체를 넣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과거의 인공수정체가 갖고 있던 한계를 극복한 다초점 인공수정체도 많이 사용해 환자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녹내장의 경우에는 일차로 약물 치료를 실시한다. 녹내장과 관련된 여러 위험 요인들 중에서 녹내장의 발병 및 진행과 연관된 가장 확실한 원인은 안압이다. 따라서 안압을 낮추는 약물을 사용하게 된다. 경우에 따라 안혈류를 증가시키거나 신경 보호 작용이 있다고 알려진 약물을 사용하기도 한다. 녹내장의 치료 목적은 시신경 손상의 진행을 막거나 최대한 늦추는 것이다. 따라서 약물 치료로 안압이 적절히 조절되지 않거나, 계속 진행되거나 또는 약물 부작용이 있는 경우에는 레이저 치료와 수술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사랑한대 2019년 07-08월 (제249호) 이북 보기

2019-05 29

[오피니언][담장 없는 에세이] 나만의 보금자리 찾기

저는 지금 ‘성동·한양 상생학사’에 살고 있습니다. 이곳이 생소한 분들도 계실 것 같아 간단히 소개할게요. ‘성동·한양 상생학사’는 한양대학교, 성동구, LH공사, 국토교통부, 집주인 등 여러 기관이 연계해 대학생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운영하는 사업입니다. 지금부터 저의 새로운 보금자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글. 조혜연(화학과 16) 좌충우돌 상생학사 입주기 처음 상생학사에 대해 알게 된 것은 한양대학교 포털사이트 장학 공고란을 통해서였습니다. 평소 포털 장학 게시판을 종종 살펴보는 편인데, 우연히 학교에서 학생들의 주거 지원을 위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마침 상생학사에 입주할 학생을 뽑는다는 공고를 보게 됐고, 바로 지원했습니다. 하지만 선발에서 떨어져 3월 중순가량까지 이전에 살고 있던 곳에 계속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학교에서 전화가 왔는데, 이전에 살던 학생이 나가게 돼 제가 추가로 선발됐다는 것입니다. 사실 선발 전화를 받았을 때 원룸 내부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약간 고민을 했습니다. 혹시라도 이전에 살던 학생이 뭔가 불편한 점이 있어서 나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거든요. 집 내부를 한번 볼 수 있느냐는 물음에 당연히 가능하다고 하셨고, 직접 확인해 본 결과 큰 하자가 없는 데다 생각보다 좋은 환경이어서 바로 입주를 결정했습니다. 이사 당일, 어머니께서 서울에 올라오셔서 도와주셨지만 날씨 운은 따르지 않더군요. 하루 종일 비가 내렸거든요. 전에 살던 집이 상생학사와 그리 멀지 않아 짐을 직접 옮기기로 했는데, 날씨가 그럴 줄 알았다면 그런 힘든 선택을 하진 않았을 거예요. 짐 때문에 막막했던 상황에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상생학사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수월하게 짐을 옮길 수 있었다는 겁니다. 하루 종일 빗속에서 짐 옮기고 마트에서 이것저것 사며 이동하는 데 너무 불편하고 지쳐 엄마와 옥신간신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하루만 바짝 고생하자는 마음으로 종일 짐을 옮겼고 생각보다 빠르게 이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사라는 게 짐을 옮기는 것보다 정리하는 게 더 큰 문제잖아요? 저는 거의 이틀에 걸쳐 꼬박 짐정리를 해야 했습니다. 몸살이 날만큼 힘들었지만, 좋은 곳으로 이사하게 돼 설레는 마음이 더 컸습니다. 그런 설렘은 무엇보다 저의 자취 로망인 요리를 해 먹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저의 자취 로망은 지금 실현되고 있는 중입니다. 평소 먹고 싶었던 음식을 집에서 종종 해먹기도 하고, 친구를 초대해 요리를 대접하기도 합니다. 물론 대접이라고 할 만큼의 솜씨는 아니지만 친구가 별말이 없는 걸 보니 그리 나쁘진 않은 것 같습니다. 이젠 도전해 보고 싶은 요리가 생기면 언제든 만들어 먹곤 합니다.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사업 이어지길 기숙사나 다른 학사에 살지 않고 앞으로 자취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분들 중 공고 조건을 충족하는 분들은 일단 상생학사에 지원해 보길 추천합니다. 저도 처음에 지원할 때는 더 성적이 좋거나 조건이 잘 맞는 학생들이 많으리라 생각해 떨어질 줄 알았거든요. 입주자 발표도 생각보다 빨리 나오기 때문에 2월까지 집을 구하지 못한 학생들에게도 추천합니다. 상생학사는 1년 단위로 계약하기 때문에 한 학기마다 입주생을 뽑는 기숙사보다 안정적입니다. 게다가 학사라고 해서 학생들을 관리하는 사감 선생님이나 통금 시간이 있는 것이 아니라, 여느 자취처럼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기 때문에 편리합니다. 저는 상생학사 외에 다른 학사와 원룸텔에서도 생활해 봤는데요. 학사의 경우 통금이 있고 1인실이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생활하는 데 불편함을 느끼거나 통금 시간을 지키기 위해 일찍 귀가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상생학사는 기숙사만큼 학교와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어 등하교에도 유리합니다.(물론 사근동에서 학교로 올라가는 오르막 계단이 매우 힘들기는 하지만요!) 내가 살던 지역에서 운영하는 학사가 나의 학교와 가까이에 있을 확률은 매우 낮습니다. 제가 전에 살던 학사 역시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30분 정도 통학하는 거리에 위치했기 때문에 아침에 조금이라도 늦게 일어나면 지각하기 일쑤였습니다. 저는 학교와 집의 거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학교와 가까운 거리에 상생학사가 운영된다는 점이 매우 큰 이점으로 다가왔습니다. 수업 10분 전에 나와도 충분하기 때문에 다른 학사에 거주할 때에 비해 지각하는 횟수가 훨씬 줄었습니다. 상생학사는 방마다 크기와 구조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물론 제가 사는 방이 그 중에서 작은 편이기는 하지만, 그 전에 살던 곳보다는 더 넓어서 저는 만족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좋은 방을 얻으려면 추첨 운이 따라야겠죠?(내년에 지원하는 분들의 행운을 빕니다!) 성동·한양 상생학사는 여러 기관이 협업해 진행되는 만큼 어려움도 있겠지만, 학생들을 위한 이런 사업이 있어 너무 반갑습니다. 이번 상생학사를 시작으로 2호, 3호의 상생학사가 계속해서 생겨나기를 바랍니다. 이 외에도 상생학사처럼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사업들이 많이 생기길 기대합니다. 사랑한대 2019년 05-06월 (제248호) 이북 보기

2019-05 29

[오피니언][건강 인사이트] 귀 건강 지키는 좋은 습관

귀는 소리를 듣고, 인체의 평형, 회전을 감지하는 역할을 한다. 그중 청력은 인간의 상호작용과 사회생활에 필수적인 감각 기관이다. 난청이란 소리가 작게 들리거나 말소리를 알아듣기 힘든 상태를 말하며, 그 정도가 다양할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다. 난청이 있는 경우 청력 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글. 정재호 교수(한양대학교구리병원 이비인후과) 잘 안 들려서 답답하세요? 국민건강영양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중 만 12세 이상에서 양측 난청 유병률은 전체 4.5%이며, 만 65세 이상에서는 25.9%로 노인 인구 4명 중 1명 이상에서 난청이 있다. 특히 난청 유병률은 50대 이후부터 연령이 10세 높아짐에 따라 약 3배씩 증가해 50대 2.9%, 60대 12.1%, 70대 이상에서는 31.7%에 달한다. 난청으로 인해 언어를 구별하는 인지 기능이 저하되면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며, 이는 대인 기피와 심각한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사회활동이 위축되고 뇌의 활동이 줄어들어 치매의 위험도 높아질 수 있다. 이러한 문제는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노화성 난청에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에는 이어폰, 헤드폰 등 개인 음향기기의 사용 시간이 늘어나면서 젊은 층에서도 흔히 발생하고 있다. 특히 최근 국내 연구에 따르면, 중고등학교 학생 2879명을 대상으로 청력 검사를 했을 때 17.2%에서 난청이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에 따라 청소년기에 발생하는 소음성 난청의 위험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문제 발생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치료 방법 외부의 소리는 귓바퀴와 외이도를 통해 들어와 중이의 고막, 이소골을 지나며 증폭된다. 내이의 달팽이관으로 전달된 소리는 전기신호로 바뀐 뒤 청신경을 거쳐 뇌로 전달돼 인식된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난청이 발생할 수 있는데, 문제가 발생한 위치에 따라 치료 방법도 달라진다. 소리가 외이도와 중이를 거쳐 달팽이관까지 전달되는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경우를 ‘전음성 난청’이라고 한다. 귀지, 외이 손상, 고막 천공, 중이염, 이소골 기형 등으로 생길 수 있으며, 적절한 약물 치료와 수술로 청력이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소리 전달은 잘 됐지만 이후 달팽이관과 청신경이 손상돼 소리 에너지가 전기신호로 적절하게 바뀌지 못하거나 뇌의 청각중추까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것을 ‘감각신경성 난청’이라고 한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히 발생하는 노화성 난청, 갑자기 청력이 떨어지는 돌발성 난청, 출생 시부터 발생한 선천성 난청, 특정 이독성 약물 사용 후 발생하는 약물독성 난청, 소음 노출로 인한 소음성 난청, 메니에르 병, 청신경 종양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다. 일부 질환의 경우 증상 발생 직후에 내원해 적기에 치료를 받으면 청력을 회복할 수 있다. 따라서 갑자기 난청이 생겼다면 진료를 미루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최선의 치료 후에도 난청이 지속되면 보청기를 비롯한 청각 보조 장치를 사용한다. 보청기로 적절한 효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는 인공 중이 이식술 또는 인공 달팽이관 이식수술 등 다양한 방법으로 청각 재활을 시도할 수 있다. 난청 예방을 위한 생활 수칙 청력은 한 번 잃게 되면 다시 회복하기가 무척 어렵다. 하지만 간단한 예방법 등을 실천한다면 난청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작업장에서 최고 수준의 소음 노출을 85dB(데시벨)에서 최대 8시간까지 허용한다. 버스 지하철 소음이 80~90dB 정도에 해당되니 실외에서 이어폰을 사용해 음악을 듣게 되면 소리의 크기가 85dB을 넘게 된다. 이처럼 시끄러운 곳에서 이어폰을 사용하면 배경 소음보다 크게 들을 수밖에 없어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수 있다. 따라서 이어폰은 최대 음량의 60%이하의 크기로, 하루 60분만 사용하는 60-60 법칙을 지키고 30분 사용 후에는 10분 정도 휴식을 취할 것을 권한다. 시끄러운 곳을 방문할 경우에는 귀마개를 착용하고 가급적 소음차폐(Noise Cancelling) 기능이 있는 이어폰과 헤드폰을 사용한다. 또한 이어폰에 있는 각종 세균으로 인해 염증이 생기지 않도록 이어폰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에탄올로 소독하는 것이 좋다. 오메가-3, 엽산, 긴사슬 다가불포화지방산(Long Chain PUFAs), 베타카로틴, 비타민A·C·E, 아연, 마그네슘 등이 청력 보호에 효과가 있다는 보고가 있다. 해조류나 채소, 과일 등 자연식품을 골고루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반면 카페인을 포함한 음료를 과량으로 섭취하면 소음에 취약해질 수 있고, 지방질이나 정제당, 짠 음식이 난청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난청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으며, 원인에 따라 쉽게 치료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명, 난청, 어지럼증, 귓물 등 귀에 이상 신호가 발생할 경우 즉시 이비인후과를 방문해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사랑한대 2019년 05-06월 (제248호) 이북 보기

2016-11 17

[오피니언][나눔칼럼] 기부를 넘어 대학발전의 촉진자로

졸업과 동시에 모교인 한국외대에서 직원으로 일하기 시작한 지 3년 만에 모금을 처음 경험했고, 약 18년간 (재)서울대학교발전기금, 건국대학교, 국제개발구호기구 월드비전 등을 거치면서 동문직원, 전문 모금가, I-NGO 직원, 그리고 컨설턴트 등 다양한 포지션에서 모금을 경험했다. 모교에서 국립대학으로, 다시 사립대학을 거쳐 국제 NGO를 거치면서 서로 다른 모금현장의 특색과 면모들을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었다. 이 글에서는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학 본연의 역할 강화를 중심으로 모금 원리와 환경의 이해가 대학모금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전달하고자 하였다. 환경의 변화와 위기의식 2012년 「파이낸셜타임즈」지 선정 올해 최고의 책이자 아마존, 「뉴욕타임스」의 베스트셀러로도 뽑힌 책 ‘플루토크라트(Plutocrats; The Rise of the New Global Super-Rich and the Fall of Everyone Else)’에서 저자 크리스티아 프릴랜드(톰슨 로이터스 편집장)는 산업혁명 이후 거센 속도로 몰아치듯 성장하는 세계경제에서 경제주체들이 겪게 되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변화를 위기의 측면에서 분석하였고 그 주된 원인으로 기술경쟁, 세계화, 워싱턴컨센서스(효율성 중심의 정책결정, 더 가진 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결과를 낳았다고 주장함)를 꼽았다. 사회에서 가장 안전하고 보수적인 영역에 속하는 대학도 최근 고조되는 위기감에 당혹스럽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은 2006년 자신의 이임사에서 ‘현재 한국 대학이 당면하고 있는 여러 형태의 위기는 우리나라 대학뿐만 아니라 세계 대학들이 동일하게 대하는 위기일 수 있는데, 그 원인은 세계화, 정보화, 신자유주의적 경쟁논리의 확산에 따라 효율성을 강조하는 현실에 있다’고 했다. 한편 비영리 섹터도 세계화, 정보화, 효율성 평가에서 오는 위기감을 경험하고 있다. 6.25한국전쟁 이후 전쟁고아와 미망인을 돕기 위해 우리나라에 들어온 국제 NGO들은 88서울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이 더 이상 수혜국이 아님을 명확히 하고 철수하거나 또는 일부 국제원조를 위한 지원활동으로 전환하였다. 이후 1990년을 기점으로 우리 사회에 ‘모금’ 활동을 허용하는 제도가 마련되었는데 모금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진 것은 2000년도 이후이다. 이 짧은 모금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에 지금 수많은 해외원조단체들이 모금을 위해 상륙하고 있다. 이미 모금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국내의 대학과 병원, 문화예술단체와 복지기관, 국제NGO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 다양한 기관들이 모금에서의 기술과 정보 격차를 느끼고 있다. 한편 비영리 워치독(감독기관)으로부터 모금 정보 공시와 효율적 관리를 강요받고 있다. 개인후원의 폭발적 성장 이후 나타난 성장의 정체, 단순후원에서 전략적 사회투자로 변하는 기업사회공헌, 고액후원자 클럽의 성장, 청년 중심의 사회적기업 등장, 정부 및 입법자들의 정책적 개입 등 계속해서 모금 생태계는 급격하게 복잡한 형태로 변하고 있다. 대학의 발전과 모금의 관계 세계화, 정보화, 효율성 평가, 그리고 모금생태계의 복잡한 변화 외에 학령인구 감소는 대학을 더욱 긴장시킨다. 많은 대학들이 예측되는 미래 부담을 떠안고 단기적인 재정 다변화를 목표로 모금을 추진하고 있지만 막상 모금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 모금의 성공과 그 안에 숨은 대학 경쟁력 향상이라는 파워풀한 경험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모금에서 성공의 경험은 일회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부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대학의 모금성공이 내포하는 의미를 쪼개어 보면 1)명확한 대학발전계획 수립과 내부소통(alignment)의 성공, 2)대학 브랜드 및 동문 자부심의 제고, 3)대내외 커뮤니케이션 성공, 4)동문의 사회적 영향력 확장, 5)모금 (전문)역할자의 확보에 모두 성공했다는 뜻이다. 이로 인해서 대학이 얻게 되는 것은 기부금 모금의 직접성과뿐만 아니라 대학 경쟁력과 영향력을 높이는 간접 성과도 있다. 이 5가지 요소 중 가장 핵심은 모금에 대한 대학(리더십)의 의지와 명확한 모금명분(메시지)이라 할 수 있다. 왜 우리 대학에 모금이 필요한지에 대해 내부 구성원들과 동문들이 기꺼이 동의할 수 있는 의견수렴과 공감형성의 과정, 즉 대화의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바꾸어 말하면, 대학 본연의 역할에 대해서 재천명하고 최선을 다해 그 사명을 다할 것에 대해서 선언하고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이 것은 공허한 약속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실현가능한 발전계획(청사진)을 제시하고 지속적으로 진정성 있게 사업을 추진하는 실행을 더해 대학의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가능성을 보여주는 소통이다. 대학이 실제 모금에 성공하면 캠퍼스 및 동문사회에 생기가 넘쳐나게 된다. 상호 간에 기분 좋은 만남과 대화의 근거가 생겨나고 이러한 분위기는 다시 대학에 활력을 주어서 경쟁력을 높이게 되며, 그 결과 동문의 사회적 진출 기회가 확장되고 학교의 브랜드가 높아져서 대학발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게 된다. 이 원리는 미국 대학들이 모금을 위해 잘 실현하고 있는 것인데 최근 영국대학들도 이러한 모금구조를 모방하고 두드러진 성과를 거두었다("Fundraising: how to get alumni to cough up", 2009, An Article from Times Higher Education world Universities Rankings by Hannah Fearn). 대학의 모금은 단기적인 모금액 달성보다는 대학 기부문화의 확산(캠페인 등)이 성과목표가 되어야 한다. 단기 모금성과를 추구하는 것은 내부의 구조적 결함은 건드리지 않은 채 단기처방을 하는, 일종의 ‘수혈과 같은 응급처치’와도 같다. 이러한 접근은 단기적인 성과도 장담할 수 없을뿐더러 역량강화나 기부자와의 관계 개선에도 도움을 주지 못한다. 한편, 기부문화를 개선하고자 하는 접근은 대학의 본연의 역할을 강화하고 소통 구조를 개선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는 방식으로 ‘혈액순환개선 또는 근본적인 체질개선’이라 할 수 있다. 이 접근이 잘 시도될 경우, 1~2년 후에는 다소 의미 있는 변화를 기대해 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체질개선은 대학의 최고 리더십의 의지와 구성원들의 합치가 전제되어야 하며 대학의 중장기 발전계획에 부합된 형식으로 지속적이고 전략적인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 하였는데 대학의 특징을 잘 알고 기부자를 이해하는 것은 성공적인 모금을 위해 너무 당연한 일이다. 자선은 development, 인재양성은 advancement?!! 대학 모금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자선영역의 모금과 비교해 보겠다. 일반적으로 자선, 즉 취약계층과 저개발국가를 위한 후원에서는 development(개발)라는 표현을 쓰는데, 대학 후원을 이야기할 때는 advancement(발전)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두 개념을 비교해보자면 전자는 뒤떨어진 상태를 좀 더 나은 상황으로 만드는 의미라면, 후자는 더 나은 상태로 나아가기 위한 미래지향적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즉, 국제 NGO나 사회복지단체들이 다루는 자선(charity)은 구제와 개발사업, 대학의 연구와 교육 사업은 미래발전사업으로 볼 수 있다. 두 영역 모두 변화(change-making)를 목표로 하지만 자선은 수혜대상에게 직접 혜택이 가는 반면 대학발전지원은 미래사회를 위한 간접 투자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구제의 기부자와 미래발전사업의 기부자는 서로 다른 성향과 이유로 기부를 선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대학의 기부자들은 자선의 기부자들보다 훨씬 이성적이고 관계와 네트워크에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들로서 대학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대학의 기부자들은 기부를 일종의 사회적 투자로 생각한다. 좀 더 큰 차원의 대학 기부를 결정하는 사람들은 국가와 사회의 미래를 염려하고 사회적 대안을 마련하고자 하는 리더 성향인 경우가 많다. 대학의 기부자들은 자신의 기부를 통해서 큰 변화를 위한 의미 있는 계기를 만들기를 원하며, 기꺼이 대학 발전을 함께 논의할 파트너가 되고자 하고 나아가 자신과 비슷한 수준의 지인들에게도 자신의 뜻을 알리기도 한다. 자신의 논리적인 의사결정이 확실하기 때문에 스스로 기부에 대해 만족하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긴다. 한편, 자선의 기부자들은 어려운 이들의 상황을 가슴 아파하며 감정적으로 동기 부여된 기부결정을 한다. ‘나도 어렵지만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보면서 한편의 위로를 얻는 동시에 적은 금액이라도 돕고자’ 기부한다. 절실한 상황을 당장 해결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그 이상의 큰 변화를 기대하지도 않는다. 대부분 적은 금액을 기부하기 때문에 단체에 불만이 있어도 내색하지 않고 오히려 어려운 상황에서 노력하는 자선단체를 이해하고자 노력하기도 한다. 자선 기부자들은 지금 후원하는 단체를 신뢰하기는 하지만 더 좋은 사업을 하는 믿을만한 단체를 만나게 되면 단체를 바꾸기도 한다. 즉, 단체에 귀속되기보다 자선사업의 내용(사회적 이슈)에 마음을 두는 경우가 많다. 기부라는 행위는 같지만 기부의 동기, 의사결정요인, 결과에 대한 기대 등 많은 부분에 있어서 자선의 기부자와 대학발전의 기부자는 다르기 때문에 대학이 기부자의 생각과 마음을 이해하고 기부자의 의도와 뜻을 담을 수 있어야 한다. 모금에 있어서 대학의 태도 변화는 기부문화의 변화를 이끈다. 기부자들은 대학의 메시지를 조용히 귀담아듣고 있다가 적절하게 반응한다. 잘 준비된 대학의 모금은 정중한 초대로 이어질 수 있다. 품격 있는 교류와 상호 간의 신뢰를 통해 지속가능한 파트너십으로 나아가는 기부자는 한층 더 높은 차원으로 성장할 수 있다. 좋은 사업(Good business)를 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기부의 촉진자로서 영향력(Influencer)을 갖게 된다. 대학의 좋은 기부문화는 대학의 동문을 최고의 기부자로 만들어 주게 되는 것이다. 나아가 대학은 동문과 기부자들을 최고 수준의 필란트로피스트(philanthropist)로 성장시키는 장(場)이 되고 그 효과는 부메랑이 되어서 대학에 발전의 기회로 되돌아 올 것이다. ▲황신애 · (사)한국모금가협회 상임이사 황신애 (사)한국모금가협회 상임이사 한국외대, (재)서울대발전기금, 건국대학교,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 등에서 약 18년간 모금현장을 경험했다. 캐피털캠페인, 부동산 및 유산기부, 기부신탁 등의 전문 분야를 다루며 기관에 맞는 맞춤모금설계 등을 컨설팅하고 있다. 2014년에 대학, 병원, 국제 NGO, 문화예술, 보건의료, 시민사회 등 전반적인 비영리 영역의 모금가들의 전문성, 윤리성 강화를 목적으로 한국모금가협회를 설립하였고, 현재 상임이사로 활동하고 있다.